당구 이야기

by 추장 posted Oct 18, 201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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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구나 젊었을땐 한국에서 당구는 쳐봤으리라 생각이된다.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. 한 때는 당구에 미쳐서

명동거리에 다니는 사람 머리통이 전부 다마로 보였을 정도였다. 내가 대학 입시 시험 치러 가는 날 아침이었

다. 출근 하시는 아버지를 배웅겸 현관까지 나가서 오늘 마지막 시험 치는 날인데 용돈좀 주십시요 라고 말을

꺼내는 순간 벼란간 눈에서 불이 번쩍! 솥 뚜껑만한 아버지의 손 바닥이 내 귀퉁머리를 갈기신거였다,

이거이 다 그놈의 당구를 치기위해 용돈이 필요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으렸다.

이 놈아! 너 정신이 있는 놈이냐? 1차에 떨어진 주제에 지금 2차 시험도 될까말까한데 뭐야? 당구?

지금 생각해봐도 내가 너무 철이없었던 것은 사실이었다. 그리고 40여년만에 미국에 관광차 오신 아버지께

그 이야길 꺼냈다. 난 너무 그 추억이 가슴이 뭉클했기 때문이었다.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내가 그랬나?

난 그런 기억이 없다 하시는거였다. 내가 지금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보니 그 따귀가 진짜 사랑의 매였다는

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괜시리 목구멍이 뜨거워진다.

지금 내가 사는 동네 클럽 하우스엔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당구대가 있다. 그런데 한국의 당구와 다른

포켙볼 당구대다. 그래도 난 얼씨구나! 다. 이게 웬 떡! 무료에다가 아무도 사용을 안 한다. 난 매니져 한테

이야길하니까 아주 친절하게 처음서 부터 치는 법 규정등을 가르쳐 주며 자기랑 한 판 쳐주기도했다

난 한국에선 고작 150다마 실력이었다. 허긴 150다마가 제일 무서운 다마라고 한다. 컨디션이 좋은날은

200도 간단하게 넘기도 하여 종종 상대방과 말 싸움이 일어나곤 하는 다마가 150다마다. 왜 다마를 속였냐는

거다. 그게 아닌데 ...... 여하든 나도 다마의 기본 실력은 있으니까 매니져도 안심하고 돌아갔다.

막상 쳐보니 그렇게 우습게 볼게 아니었다. 하루 이틀 난 혼자 연습을 했다. 어느 덧 실력이 늘고있었다.

어느 날인가 백인 두 부자가 나타났다. 같이 놀았다. 그러면서 하나 둘 당구 애호가가 늘기 시작이었다.

매일 오흐 5시면 당구장이 왁자지껄 했다. 매니져도 은근히 좋아서 같이 치기도 했다. 즉 당구장이 나 땜시로

활성화가 됐기 때문이다.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. 이젠 아무도 안 온다. 또 다시 난 "나 홀로 당구"가 되고 말았

다. 이유는 내가 너무 잘 치기 때문에 슬슬 다들 꼬랑지를 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.

마지막으로 생각해 낸 것이 우리 교회 정장근 집사님과 단문배 집사님을 끌어들이게 됐다.

이 두 집산님들도 한국에선 제법 150다마는 치신 분들이시란다. 그러니까 기본은 잘 잡혀있는 분들이다.

그러나 40여년만에 처음 큣대를 잡아보니 눈은 침침하지요. 초점은 잘 안 맞지요. 어쩌믄 손 까지 떨림이 오지

요? 뭐 제대로 돌아가질 않더라구요. 드디어 두 분 집사님마져 가뭄에 콩나듯 오시니 난 다시 낙동강 오리알

신세가 돼가고 있습니다. 누구 당구 희망자 없씨요?? 공짭니다. 공짜!! 양잿물도 마신다는 공짜!!! ㅎㅎㅎㅎ